모든 직장인은 사표 한 장 품고 산다 – 퇴사 충동의 심리학
“진짜 오늘은 그냥 나가버릴까?”
출근길 지하철에서, 사무실 책상 앞에서, 팀장님의 날카로운 한마디를 들은 직후…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속으로 사직서를 씁니다. 사표는 종이가 아니라 마음속 깊은 서랍에 한 장씩 접어 넣는 거죠.

하지만 정말 그만두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대다수는 다시 하루를 버텨냅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 쉽게 퇴사하고 싶어지고, 또 왜 쉽게 그만두지 못할까요?
퇴사 충동, 단순한 기분이 아니다
퇴사를 생각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심리학적으로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통제감의 상실입니다. 내 일인데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때 사람은 무력감을 느낍니다. 반복되는 야근, 말도 안 되는 지시, 부당한 평가. 내가 선택하지 않았다는 감각이 쌓일수록 ‘여기서 벗어나야겠다’는 마음이 커집니다.
둘째는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성과를 내도 인정받지 못하고, 사람 대 사람으로 예의를 지키지 않는 문화 속에 있다면 자존감이 깎입니다. 이때 퇴사는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방어선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셋째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입니다. “이 회사에 오래 다닌다고 내가 성장할까?” 회사의 비전이 불투명하거나, 내가 배우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면 퇴사를 통해 미래를 재설계하고 싶어집니다.
퇴사를 결심하게 만드는 '결정적 순간'
재미있는 건, 퇴사 욕구는 누적되다가 아주 사소한 일로 폭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이런 순간들 말이죠.
“어제 야근했는데 왜 또 눈치 주지?”
“이건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닌데 왜 떠넘기지?”
“오늘도 내 의견은 무시당했네.”
이처럼 반복되는 작고 사소한 스트레스가 결국 마지막 한 방울이 되어 마음속 사표를 현실로 바꾸게 됩니다.
그럼에도 왜 그만두지 못할까?
퇴사를 생각하면서도 직장을 계속 다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두려움 때문이죠.
“이직 시장에서 나를 받아줄까?”
“돈은 어떻게 하지?”
“혹시 이 회사를 나가면 더 나빠질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 뇌는 변화를 위험으로 인식하고,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현상 유지 편향’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괴롭지만 익숙한 지금을 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퇴사 충동을 관리하는 법
그렇다면 이 끓어오르는 퇴사 충동,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첫째, 일기를 써보세요. 오늘 어떤 일이 있었고, 그 일이 왜 불쾌했는지를 기록하세요. 감정을 언어로 정리하면 생각이 명확해집니다. 단순한 감정인지, 정말 조직을 떠나야 할 이유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둘째, 작은 통제감을 찾아보세요. 완전히 내 뜻대로 되는 일은 없더라도, 점심시간 산책, 자리 정리, 메일 정리처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 보세요. 작은 자율성이 큰 회복이 됩니다.
셋째,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세요. 직장 밖 사람과 이야기하세요. 너무 오래 한 조직에 있다 보면 시야가 좁아지기 쉽습니다. 제3자의 시선이 답답함을 풀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넷째, ‘그만두기 전 리스트’를 만들어보세요. 퇴사 전 해볼 수 있는 모든 행동을 목록으로 적어보세요. 팀 이동 요청, 연봉 협상, 1:1 면담, 재택 근무 신청 등. 이 리스트를 다 해보고도 마음이 같다면, 퇴사도 하나의 책임 있는 선택이 됩니다.
마음속 사표는 잘 간직하자
마음속에 사표 한 장쯤 품고 사는 건 어쩌면 당연합니다. 그건 불만이라기보단, 나를 지키려는 본능입니다. 문제는 그 사표를 ‘도망’으로 쓰느냐, 아니면 ‘변화’의 출발점으로 삼느냐입니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퇴사 충동은 당신이 무능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감정에 민감하고 자기 삶을 스스로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에 느끼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도 마음속 사직서를 꺼냈다가 다시 서랍에 넣었다면,
그건 당신이 아직 ‘버틸 수 있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한 결정을 준비 중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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