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를 이기적으로 만들었는가 – ‘구조적 폭력’이라는 진짜 원인
나는 요즘 자주 이런 생각을 한다.
왜 어떤 동네에 가면 사람들의 표정이 굳어 있고, 서로에게 무심하며, 때로는 남의 눈치조차 보지 않고 자기 이득만 챙기려는 모습이 보일까?

예를 들어, 가난한 동네에서는 아이들이 교육을 잘 받지 못하는 모습이 흔하다.
노인들은 거리에서 종이박스를 모으고, 분리수거장은 늘 엉망이며, 버스에서는 먼저 내리기 위해 몸을 밀치는 일이 다반사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많고, 서로 배려하는 분위기는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 사람들, 참 이기적이야.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그들은 단지 이기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생각을 할 때 떠오르는 사회학 개념이 있다. 바로 구조적 폭력이다.
폭력이라 하면 우리는 주먹질, 고성, 욕설 같은 물리적 행동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노르웨이 평화학자 요한 갈퉁은 말한다.
폭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도 존재한다.
사람이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펼치지 못하게 만드는 모든 사회 구조는 ‘폭력’이다.
예를 들어보자.
한 아이가 태어났는데, 그 아이가 사는 동네엔 어린이집도 부족하고, 책방도 없으며, 부모는 맞벌이로 늘 피곤하고 경제적 여유도 없다.
그 아이는 교육적 기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라며, 그 한계를 넘을 기회도 가지지 못한다.
그건 단순히 운이 나쁜 것일까, 아니면 사회가 만든 보이지 않는 벽일까?
갈퉁은 후자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벽을 바로 구조적 폭력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목격한 가난한 동네의 모습은 어떤가?
아이들이 학업을 포기하고, 노인들이 길거리에서 일하며, 공공장소에서 질서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 우리는 쉽게 개인의 잘못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한 결과가 자리 잡고 있다.
노인 빈곤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나라.
부모의 경제력이 곧 아이의 성적을 결정짓는 나라.
주거, 의료, 교육 어느 하나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현실.
이 모든 것들이 폭력이라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오히려 갈퉁의 정의대로라면, 이건 명백한 폭력이다.
물리적이지 않을 뿐, 사람을 천천히 무너뜨리는 가장 은밀한 폭력이다.
사람들은 왜 이기적으로 변하는가?
누구든 살아남기 위한 선택을 하게 되면, 도덕이나 예절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버스에서 먼저 내리려고 밀치는 행동은, 어쩌면 다음 정류장에서 빨리 내리지 않으면 안 되는 사정 때문일지도 모른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오늘 하루의 스트레스를 잠깐이라도 잊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다.
분리수거장에서 필요한 물건을 먼저 챙기는 노인은,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오늘 반찬거리를 살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누구도 처음부터 이기적이진 않았다.
살기 어려운 환경이 사람을 조금씩, 자기 중심적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
답은 단순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건, 개인의 태도를 바꾸기 전에, 먼저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무너진 복지 시스템, 불평등한 교육 환경, 고립된 노인 복지, 불안정한 노동 구조.
이 모든 것을 조금씩 바로잡지 않는 한, 이기적이라고 보였던 행동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도 또다시 그들을 탓하게 될 것이다.
왜 저 사람들은 배려를 안 하지 하고.
나는 이제 그 동네를 지날 때, 표면보다 그 안쪽을 보려고 한다.
사람들의 행동을 보기 전에, 그 행동을 만들었을 환경을 먼저 생각하려고 한다.
무표정한 사람들, 서로 말을 섞지 않는 이웃, 흐트러진 거리.
그것은 무관심이나 게으름의 결과가 아니라, 지속된 구조적 무시의 산물일 수 있다.
폭력은 주먹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무관심, 결핍, 차별, 불평등, 그리고 배제.
이 모든 것이 사람을 다치게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조용히 그리고 끈질기게.
왜 저 사람들은 저렇게 행동할까라는 질문에
그 사람이 어떤 구조 안에 놓여 있는지를 먼저 떠올리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그것이 우리가 이 폭력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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