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끄고 돌아온 건 감사 인사가 아니라 청구서였다
어느 날, 상가 건물 앞에서 작은 불이 났다. 전봇대 주변에 쌓여 있던 쓰레기 더미에 누군가 담배꽁초를 던지면서 불씨가 생긴 거다. 바람까지 불어 불길이 건물로 옮겨붙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그 자리에 있던 한 사람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 사람은 근처 1층 식당에 비치된 소화기를 들고 나와 불을 향해 달려갔다. 몇 번의 분사 끝에 불길이 잦아들었고, 큰 피해 없이 상황이 마무리됐다. 소방차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화재는 거의 진압된 상태였다. 덕분에 건물 전체로 불이 번지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
잠시 후, 소방서에서 전화가 왔다. ‘아까 화재 있었던 OO 상가 맞으시죠? 불 끈 분이 선생님이시네요.’ 처음엔 단순한 확인 전화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전화는 감사 인사를 전하려고 걸려온 게 아니었다.
며칠 뒤 또 다른 전화가 왔다. 발신자는 불이 났을 당시 소화기를 빌려준 그 식당 사장님이었다. 첫 마디는 의외였다. ‘소화기 물어내셔야 합니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불을 끈 사람에게 고맙다는 인사 대신, 소화기 값을 청구하는 말이라니.
당황스러운 상황 속에서 그 사람은 물었다. ‘물어줘야 하는 거죠?’ 식당 사장은 단호하게 ‘네’라고 했다. ‘소화기는 어디서 사면 될까요?’라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인터넷에 ABC 소화기 검색하면 나옵니다’였다.
그 순간 마음속에 여러 가지 감정이 몰려왔을 거다. 억울함, 허무함, 그리고 씁쓸함. 불을 끌 당시엔 오로지 피해를 막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을 텐데, 돌아온 건 고마움이 아니라 물질적인 청구였다.
물론, 사장 입장에선 소화기를 다시 구비해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그걸 불 끈 사람에게 직접 요구하는 건, 상식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은 ‘도와주면 손해 본다’는 씁쓸한 인식을 사회 전반에 퍼뜨린다.
결국 그는 조용히 소화기를 주문해 식당에 전달하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고 한다. ‘다시는 나서지 말아야겠다.’ 이 한마디가 주는 무게가 크다. 우리는 종종 ‘의인’을 잃는 이유를 이런 작은 사건 속에서 확인한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법적으로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소화기나 장비는, 그 상황을 초래한 원인자나 건물 관리자가 부담하는 게 맞다.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인식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채, 선의를 발휘한 사람에게 그 부담이 전가되는 경우가 많다.
이야기를 접한 사람들은 각자 다른 반응을 보인다. ‘나라도 물어냈을 것 같다’는 사람도 있고, ‘이래서 나도 절대 안 나선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런 경험이 쌓이면 사회는 점점 서로를 돕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거다.
세상은 그렇게 또 한 명의 의인을 잃었다. 한 번 잃은 마음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 모두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누군가의 선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고마움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 그리고 그 가치를 지키는 건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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