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사회. 교육학

죽음을 생각하면 삶이 달라집니다

날아라쥐도리 2025. 4. 2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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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는 것이며,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종종 죽음을 외면하거나 멀리 두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죽음이 공포의 대상이거나,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느끼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인문학에서는 오히려 죽음을 마주하고 성찰하는 것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라고 말합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을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라고 표현하면서, 죽음을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본래의 자기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죽음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유한한 존재임을 상기시키고, 그 덕분에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더 소중하게 여길 수 있습니다.

삶이 무한하다면 우리는 오늘이라는 날을 허투루 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죽음이 있기에 매 순간은 유일하고, 후회 없이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을 단순한 끝이 아닌,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문화적으로도 죽음에 대한 태도는 매우 다양합니다. 서양에서는 죽음을 회피하거나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지만, 동양에서는 조상 숭배와 제사를 통해 죽은 자와의 연결을 유지하려는 전통이 있습니다. 멕시코의 경우 ‘죽은 자의 날’이라는 축제를 통해 죽음을 기념하고, 죽은 자와의 유대를 되새기기도 합니다. 이처럼 문화에 따라 죽음은 공포가 아닌 기념과 회상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웰다잉이라는 개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는 잘 사는 것만큼이나 잘 죽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웰다잉은 단순히 고통 없이 삶을 마무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죽음을 준비하고, 나 자신의 삶을 정리하며, 남은 이들과 의미 있는 작별을 하는 전 과정을 포함합니다. 이를 통해 죽음은 더 이상 두려운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정리하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준비는 실제로 삶을 더 충실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죽음을 인식하고 대비하면서 사람들은 우선순위를 재정립하게 되고, 사소한 다툼이나 집착에서 벗어나 더 본질적인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표현하거나, 오랫동안 미뤄온 일을 마무리하거나, 진심을 담은 유서를 써보는 것도 그 일환이 될 수 있습니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을 외면하는 대신 받아들이고 들여다볼 때, 오히려 삶은 더 명확해지고 단단해집니다. 죽음을 성찰하는 것은 곧 삶을 성찰하는 것이고, 자신의 현재를 돌아보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삶과 죽음은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죽음을 생각할수록 삶은 선명해지고, 의미가 부여됩니다. 매 순간을 더 소중하게, 더 따뜻하게 살아가게 만드는 것이 바로 죽음의 역설적인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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