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사회. 교육학

대통령이 대통령답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날아라쥐도리 2025. 2. 1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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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대통령답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유가는 주나라 시절의 질서를 옹호하고 과거로 돌아가자는 생각을 유포했습니다. 이 때문에 경전을 불태우고 학자들을 산 채로 매장하는 분서갱유(焚書坑儒)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대상이 바로 유가였습니다. 사상을 통제하려 한 진나라는 얼마 가지 못하고 한나라가 패권을 잡게 됩니다. 진나라와 달리 한나라는 자유를 용인함으로써 민심을 회복하고 경제를 안정시켰지만, 왕권은 갈수록 약해졌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한나라 7대 황제인 한무제는 동중서라는 신하의 의견을 받아들여 유학을 국가의 통치철학으로 삼습니다. 동중서는 왕(王)을 '천(天), 지(地), 인(人)을 잇는(관통하는) 존재'라고 해석함으로써 왕을 하늘과 땅과 인간을 연결하는 고귀한 존재로 격상했습니다. 또한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가 곧 '나라의 근본'이란 논리를 펼치고, 사회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삼강(三綱)'이라는 규범을 내놓았습니다.
삼강(三綱)이란 '군위신강(君爲臣綱), 부위자강(父爲子綱), 부위부강(夫爲婦綱)'을 말하는데 이는 '신하는 임금을 섬기는 것이 근본이고, 아들은 아버지를 섬기는 것이 근본이며, 아내는 남편을 섬기는 것이 근본이다'라는 뜻입니다. 이런 사고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아들은 아버지를 따라야 하고, 아내는 남편이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야 하고, 신하는 무조건 임금을 섬기게 됩니다.
하지만 이는 공자가 이야기한 '정명론(正名論)'을 왜곡한 것이었습니다. 제나라의 경공이 어떻게 하면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느냐는 질문을 했을 때 공자는 "군군신신 부부자자(君君臣臣 父父子子)"라고 답했습니다. 이는 '왕은 왕답게 행동하고, 신하는 신하답게 처신하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행동하고, 자식은 자식답게 제 할 도리를 다하면 된다'라는 뜻입니다. '이름(名)'의 본뜻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정명론(正名論)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런데 동중서는 이를 '지배와 종속'의 개념으로 슬쩍 바꿔 놓았습니다.
왕이 왕답지 못하더라도 계속 섬겨야 할까요? 남편이 하루가 멀다고 아내를 때리고 구박한다면, 그런 사람의 말을 계속 들어야 할까요? 가만히 생각하면 동중서와 공자의 생각 사이에 너무나 큰 괴리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동중서의 논리를 따른다면 임금과 남편은 '의무' 없이 '권리'만 주장하는 셈이 됩니다. 공자는 올바른 '인간관계'를 정립하고 '인간의 도리'를 실천할 것을 강조했으나, 그의 생각이 한나라 시대에 이르러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왜곡된 인간관계를 강요하는 통치철학으로 변질되고 만 것입니다. 후대에 성리학은 뒤틀린 유교를 종교의 영역으로 발전시켜 왕조가 바뀌어도 기득권 질서를 공고히 유지하는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말았습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 여전히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유교 문화는 공자가 애초 주창한 유학 사상과는 동떨어져 있습니다. 지배 체제를 떠받치는 목적으로 변질된 '절름발이 유교'를 공자가 설파한 것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논어》를 제대로 읽고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12.3 내란은 한국 정치에 중대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원칙을 위협했을 뿐 아니라, 권력을 남용하는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안위를 얼마나 위협할 수 있는지를 온 국민이 실시간으로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란의 밤이 지나자 전국 방방곡곡에서 1020세대가 탄핵시위에 참여했습니다. 젊은 세대는 촛불 대신 응원봉을 들고 춤추고 노래하며 대통령 탄핵소추를 이끌었습니다.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유교 문화의 폐단도 있지만, 대통령이 대통령답지 않을 때 국민이 나서서 탄핵하는 저력이 우리에게 있기도 합니다. 과연 어떤 쪽이 유교의 본질일까요?
역사의 시곗바늘을 되돌리려 한 내란 세력에 맞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수호한 이들과 함께, 인간의 도리를 바탕으로 이상적인 나라를 만들려 했던 공자의 진면목을,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며 살펴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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