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이야기

야구선수는 은퇴 후 뭐 하고 살까?

날아라쥐도리 2025. 6. 1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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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선수는 은퇴 후 뭐 하고 살까?


우리는 종종 야구장을 떠나는 전설을 보게 된다. 선수 생활 10년, 15년, 길게는 20년을 뛰다가 은퇴식을 치르고 눈물 흘리는 장면은 언제 봐도 짠하다. 팬들 역시 박수를 보내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선수가 TV에서, 혹은 야구장에서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렇다면 정말 궁금하다. 야구선수는 은퇴 후에 도대체 뭘 하며 살아갈까?

한때 수만 명 앞에서 홈런을 치고, 마운드 위에서 당당하게 공을 던졌던 그들이, 유니폼을 벗은 뒤 맞이하는 인생 2막은 어떤 모습일까?

첫 번째 길, 익숙한 길로 – 지도자, 해설위원


가장 흔한 진로는 역시 ‘야구’에 남는 것이다. 많은 선수들이 은퇴 후 코치나 감독, 혹은 해설위원의 길을 택한다. 프로에서 은퇴한 선수라고 해서 실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가진 경험과 노하우는 후배들에게 귀중한 자산이 된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김성근 감독이나 류중일 감독처럼 지도자로 대성한 경우도 있지만, 은퇴 후 곧바로 코치 생활을 시작하며 꾸준히 성장하는 케이스가 더 많다. 또 방송 해설로 자연스럽게 전향하는 경우도 있다. 이승엽, 박찬호, 정민철, 김태균, 이대호 등 우리가 익히 아는 이름들도 은퇴 후 다양한 방송 해설이나 예능, 야구 행사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하지만 지도자나 해설은 전체 은퇴 선수 중 일부만 가능하다. 모두가 그 자리에 설 수는 없다.

두 번째 길, 사업가로 – 치킨집, 야구교실, 골프장?


‘은퇴 = 치킨집’이라는 우스갯소리,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선수들이 은퇴 후 요식업에 뛰어든다. 치킨집, 고깃집, 술집 등 자신이 좋아하거나 익숙한 메뉴를 바탕으로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또 자신이 걸어온 길을 바탕으로 야구교실이나 스포츠센터를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아마추어 야구 붐과 함께 개인레슨 시장이 커지면서, 전직 프로선수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엄청난 경쟁력이 된다.

특이하게는 골프 산업에 진출하는 경우도 많다. 은퇴 후 체중이 늘거나,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취미로 시작한 골프가 업으로 바뀌는 것. 몇몇 선수들은 골프 아카데미나 골프용품 사업에 뛰어들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사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유니폼을 벗은 순간, 보호막도 사라진다. 시장은 냉정하고, 사람은 현실적이다.

세 번째 길, 유튜버, 방송인, 크리에이터


최근 가장 핫한 진로 중 하나는 1인 미디어다. 과거에는 야구선수가 예능에 나오는 일이 드물었지만, 요즘은 다르다. 유튜브 채널, 개인 방송, 토크쇼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은퇴 선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이대호, 김태균, 홍성흔, 장성호, 정근우 등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거나 다양한 방송에 출연해 팬들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야구 이야기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요리, 골프, 자녀 교육 이야기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유니폼 없이도 자신을 콘텐츠화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잘 사는’ 건 아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마치 은퇴 후의 인생도 화려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야구선수 평균 은퇴 연령은 30대 초반, 길어야 중반이다. 반면 일반 직장인의 은퇴는 60세. 무려 30년의 차이가 있다.

은퇴를 하면 급여도 사라지고, 팀도 사라진다. 특히 주전이 아니었던 선수들, 1군 생활이 짧았던 선수들은 은퇴 후 더욱 막막하다. 그동안 야구만 해왔기에 사회 경험은 적고, 학력이나 경력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일부는 택배기사, 주유소 직원, 청소용역, 경비원으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만, 팬들이 상상하던 ‘화려한 제2의 인생’과는 거리가 있다.

야구선수의 은퇴 준비, 이제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다행히 최근 KBO와 각 구단, 선수협회에서는 은퇴선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직업훈련, 창업교육, 심리상담, 커리어 컨설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선수들의 ‘인생 2막’을 준비시키는 것이다.

또한 일부 구단은 프런트 채용이나 야구행정직으로 선수들을 흡수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은퇴 선수가 야구장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이다.

이러한 노력은 단지 복지 차원이 아니다. 야구선수가 은퇴 후에도 건강한 삶을 살아야, 그 스포츠 자체도 지속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박수는 끝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보통, 홈런을 치거나 삼진을 잡은 순간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해볼 때다. 유니폼을 벗은 그들에게도 또 한 번의 박수가 필요하지 않을까?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마운드를 내려오는 그 순간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 수 있다.

그들이 다시,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수 있도록. 그들이 두려움 없이 유니폼을 벗을 수 있도록. 우리는 계속해서, 조용히 응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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