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은 내렸지만, 감기는 아직 – 아기의 회복과 또 다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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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은 내렸지만, 감기는 아직 – 아기의 회복과 또 다른 시작

열이 내리고 웃음이 돌아왔다. 정말 오랜만에 본 아기의 환한 얼굴이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열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고,
자는 아기 체온을 조심조심 재다가 깨워버리기도 했고,
이마에 손 얹고 안고 달래며 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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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결국 병원에 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아기를 안고 이동했다.
병원에서는 체온이 1도나 더 높게 나왔다.
긴 옷을 입히고 안고 가는 동안 더 올라갔을 수도 있었지만,
그 순간엔 그저 불안감이 더 커졌다.

검사 결과 독감도, 코로나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게 더 불안했다.
소변 검사를 했고, 필요하면 피검사를 하기로 했다.
채혈이 어렵다는 말에 아내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느껴졌다.
'내가 뭘 더 해줄 수 있을까' 하는 마음과 '혹시 내가 뭔가 놓친 건 아닐까' 하는 자책.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옆에 있어주는 것밖에 없었다.

열이 점점 내려가고, 어느 순간 이유식도 한 숟갈씩 받아먹기 시작했다.
모유도 오래 잘 먹었고, 활력도 조금씩 돌아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아기가 아빠를 보고 웃었다.
그 작은 미소 하나에 그간의 고생과 불안이 모두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곧 또 다른 고생이 시작됐다.
기침이 점점 심해지고, 콧물은 멈출 줄 몰랐다.
감기약은 입을 꾹 닫고 거부했고, 짜증은 더 늘었다.
열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지만, 아직 완전히 끝난 건 아니었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이렇게 끝날 것 같은 고생이 이어지는 일이라는 걸 다시 깨달았다.
하지만 확실한 건 있다.
아기의 웃음을 다시 보게 됐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그걸 위해 잘 버텨왔다는 것.

앞으로도 또 고생할 일은 있겠지만,
이번처럼 함께 잘 지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조금 힘들고, 많이 고단했지만
우린 충분히 잘 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