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각과 손준, 고증 오류일까?
삼국지 게임 논쟁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에 대하여
『삼국지 14』를 플레이하다 보면 인물 간 관계 설정에서 고개가 갸웃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중 하나가 제갈각의 혐오무장에 손준이 포함된 설정이다.
이 설정을 두고 흔히 나오는 질문은 이것이다.
이건 명백한 고증 오류일까, 아니면 해석의 문제일까.
흥미로운 점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하나로 정리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 문제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
먼저 사료 중심으로 보는 관점이 있다.
이 시선은 정사 『삼국지』와 주석 기록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사료를 살펴보면 손준이 제갈각을 사전에 개인적으로 혐오했다는 명확한 기록은 없다. 공개적인 감정 대립이나 원한 관계가 드러나는 장면도 보이지 않는다. 이 관점에서는 게임의 혐오무장 설정이 사료에 없는 감정을 덧붙인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과장되었거나 부정확한 설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음은 정치사적 맥락을 중시하는 관점이다.
이 시선에서는 제갈각의 몰락을 개인 감정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제갈각은 집권 이후 강경한 정치와 삼족 멸문이라는 극단적인 처사를 반복했고, 그 결과 여론과 권력 균형을 동시에 잃었다. 손준의 행동 역시 개인적 증오보다는 정국 안정과 권력 재편이라는 정치적 판단에 가까웠다고 해석된다. 실제로 손준은 제갈각 사후 시신 수습과 장례를 허락했다. 이 관점에서는 혐오라는 표현은 과하지만, 정치적 적대 관계로 해석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마지막은 게임과 서사의 관점이다.
게임은 복잡한 역사적 맥락보다 플레이어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관계를 우선한다. 누가 누구를 제거했는지, 누가 누구의 몰락에 직접 관여했는지는 명확한 갈등 구조를 만들기 좋은 요소다. 이 과정에서 암살이나 숙청은 곧 원한과 혐오로 단순화된다. 이는 시스템적으로 효율적이고 이해하기 쉽지만, 역사적 미묘함과 정치적 회색지대는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그렇다면 이 설정은 틀린 것일까.
결론은 의외로 간단하다. 어느 관점에 서느냐에 따라 다르다.
사료 중심으로 보면 과장이고, 정치사적으로 보면 해석의 여지가 있으며, 게임적으로 보면 합리적인 단순화다. 어느 하나가 완전히 틀렸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동시에 어느 하나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이 논쟁이 흥미로운 이유는 삼국지가 단순한 역사 기록이 아니라 해석의 축적이라는 점에 있다. 역사는 기록이고, 게임은 이야기이며, 플레이어는 그 사이에서 질문을 던진다. 이 설정이 정말 맞는 걸까, 라고.
어쩌면 이런 질문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삼국지는 지금까지도 반복해서 소비되고, 논쟁되고, 다시 읽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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