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꼼꼼한 임대인을 만났을 때 생기는 일들
3줄요약
1. A4 다섯 장짜리 특약을 보내온 임대인, 솔직히 너무 심한 수준이었다.
2. 그래도 집이 마음에 든다며 계약하려던 손님은 결국 ‘사주가 안 맞는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3. 임대인·임차인 모두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건 맞지만, 기준이 과하면 서로에게 손해다.
■ 황당한 특약부터 시작된 이야기
며칠 전, 부동산 카페에 올라온 글 하나를 보다가 참 여러 생각이 들었다. 우리 동네 중개사 박실장이 투룸 집을 구하려던 손님에게 몇 군데를 보여줬고, 마침 마음에 드는 집이 있어서 계약 단계까지 갔다는 내용이었다. 여기까진 평범한 임대차 과정이었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임대인이 “특약이 좀 많다”며 메일을 보내왔는데, 그 분량이 무려 A4 다섯 장. 특약만 40개라니, 이쯤이면 임대차계약이 아니라 거의 ‘임차인지침서’ 수준이다.
물론 오래 임대사업을 해온 사람들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진상 임차인을 몇 번 겪고 나면 불안해져서 계약서에 하나라도 더 넣으려는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도 이런 부분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이 임대인 경우는 상식을 넘었다고 느껴졌다. 박실장도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손님에게 양해를 구했지만, 솔직히 읽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힐 정도였다고 한다.
■ 너무 심했던 특약의 실체
특약 중 몇 개는 솔직히 너무했다.
첫째, 이사 일주일 전에 임대인에게 1차 점검을 받고, 이사 후엔 한 시간 동안 집을 샅샅이 비교 점검해서 자연마모 외 모든 비용을 보증금에서 차감한다는 조항.
둘째, 지인이 숙박하면 그 횟수를 임대인에게 통보하고, 월 5박을 넘기면 안 된다는 조항.
셋째, 에어컨 두 대를 매년 5월 말까지 임차인 돈으로 임대인이 지정한 업체에 맡겨 청소하라는 조항.
넷째, 매년 방역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고, 해충이 발견되면 15만 원을 보증금에서 공제한다는 조항.
이쯤 되면 ‘건물 관리가 철저하다’는 수준을 넘어서 그냥 임차인에게 모든 리스크를 전가하는 느낌이다. 나도 임대인 입장, 임차인 입장을 다 이해하려고 하지만, 이런 조항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 그래도 계약하려 했던 손님… 그런데 더 황당한 반전
그런데도 손님은 집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계약하겠다고 했다 한다. 특약이 많아도 잘 지키기만 하면 쾌적하게 살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는 점에서 솔직히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임대인이 갑자기 “임차인 생년월일이 어떻게 되나요? 음력인가요, 양력인가요?”를 묻더니, 10분 뒤 연락을 해와서 “사주가 안 맞아서 계약 못 하겠다”고 했다는 것….
여기서 나도 모르게 ‘이건 좀 선 넘었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특약이 많아도 이해하려는 임차인이 있었는데, 사주가 안 맞는다며 거절하는 건 정말 어처구니없는 이유다. 게다가 임대인은 직접 만나보지도 않고 이 결정을 내렸다. 이쯤 되면 꼼꼼함의 문제가 아니라 편견과 통제욕의 문제다.
■ 결국 중요한 건 ‘배려 있는 기준’
임대인과 임차인은 결국 서로를 선택하는 관계다. 임대인은 좋은 임차인을 만나면 스트레스 적게 관리할 수 있고, 임차인은 좋은 임대인을 만나야 평생 문제 없이 살 수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선별 기준을 갖는 건 나쁘지 않다. 하지만 기준이 너무 과하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게 손해다.
나 역시 글을 읽으면서 ‘임대인이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으면 이렇게까지 됐을까’라는 생각과, ‘그래도 이건 너무했다’는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들었다. 서로에게 상처받지 않기 위해 미리 규칙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상대를 존중할 최소한의 배려는 필요하다.
결국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스스로도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말이 참 맞다. 임대인도, 임차인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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