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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임대인에서 야박한 임대인으로 불리기까지

날아라쥐도리 2025. 9. 3.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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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임대인에서 야박한 임대인으로 불리기까지

핵심요약

임대차 관계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처음의 고마움이 오히려 불만으로 바뀌기 쉽다. 오랫동안 보증금을 올리지 않고 저렴하게 전세를 유지해준 임대인은 ‘천사표 임대인’이라 불리지만, 정작 계약 만기 시점이 다가오면 “이 돈으로 어디 가냐”는 원망을 듣는 경우가 많다. 결국 중요한 건 호의를 지속적으로 베푸는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맞춰 꾸준히 보증금을 현실화하고 서로의 권리와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이번 사례를 통해 임대차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정리해본다.



임대차 관계는 처음에는 고마움으로 시작하지만, 끝은 예상치 못한 갈등으로 마무리되곤 한다. 동작구의 한 단독주택을 상속받은 K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K씨는 은퇴 후 노후 생활을 위해 이 주택을 신축 상가주택으로 개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위층은 본인이 거주하고 아래층은 임대를 놓는 그림을 오래 전부터 생각해두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현재 그 집에 12년째 거주 중인 임차인 P씨였다. P씨는 보증금 3억 원을 내고 전세로 들어와 있었는데, 그 사이 주변 시세는 5억 원 이상으로 훌쩍 올랐다. 하지만 K씨는 상속 이후 단 한 번도 보증금을 올리지 않았다. 몇 년 후 집을 헐고 새로 지을 계획이 있었고, 당장 필요한 돈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는 2년마다 계약서를 새로 쓰면서 임차인에게 ‘천사표 임대인’이라는 칭찬을 들어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은퇴가 가까워지고 신축 공사가 눈앞으로 다가오자 분위기는 바뀌었다. 계약 만기일이 다가오기 몇 달 전부터 K씨는 P씨에게 이사 준비를 요청했다. 보증금은 언제든 빼줄 테니 기한 내에 나가 달라는 당부였다. 처음에 P씨는 알겠다고 했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도 이사 소식은 없었다. 되레 “집을 못 구했다”며 2년만 더 연장을 요구했고, 거절당하자 “너무 야박하다”라는 말을 내뱉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P씨는 이사비 명목으로 2,000만 원을 요구했다. 그 근거는 두 가지였다. 첫째, 그동안 집을 자기 집처럼 관리하며 자비로 수리했다는 점. 둘째, 인근 30평대 아파트 전세가 최소 5~~6억 원이어서 3억 보증금만으로는 갈 곳이 없다는 점이었다. 반전세로 가면 월세가 100만~~150만 원 수준이고, 2년치면 2,500만 원인데 그동안의 정을 감안해 2,000만 원만 달라는 주장이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는 요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명도소송을 걸어 강제집행을 하더라도 최소 반 년 이상이 걸린다. 결국 소송은 실익이 적고, 오히려 일부 이사비를 지급하고 조기 해결하는 편이 더 낫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감정적으로는 끝까지 싸우고 싶지만, 신축 공사를 앞둔 상황에서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 사례가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첫째, 일방적인 호의는 결국 권리로 오해받기 쉽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오랫동안 올리지 않은 것은 임차인을 배려한 선택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임차인에게는 ‘당연한 권리’처럼 굳어졌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고마움이 사라지고 원망만 남게 된 것이다.

둘째, 꾸준히 시장에 맞춰 보증금을 현실화하는 것이 결국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임대인은 권리관계를 명확히 하고, 임차인은 언젠가는 내 집 마련을 해야겠다는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다. 값싼 전세에 안주하다 보면, 어느 순간 시세 격차 때문에 옮겨갈 곳이 사라지고 원망만 쌓이게 된다.

셋째, 임차인에게도 현실적 조언이 필요하다. 언젠가는 이사해야 할 집에 안주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렴한 전세에 오래 머무르며 안주하는 것은 당장은 편하지만 결국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이 사례는 임대차 관계에서 흔히 발생하는 ‘호의의 배신’을 보여준다. 고마움이 당연함으로 바뀌고, 당연함이 불만으로 바뀌는 과정이다.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가 권리와 책임을 명확히 하고, 꾸준히 현실을 반영하는 관계를 유지해야만 불필요한 갈등을 피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착한 임대인이 되고 싶다면 호의를 베푸는 대신 원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현명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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