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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례로 본 교육매니저의 근로자성 인정 – 2023다219752 퇴직금 사건

날아라쥐도리 2025. 8. 19.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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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례로 본 교육매니저의 근로자성 인정 – 2023다219752 퇴직금 사건


최근 대법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보험설계사들을 교육하는 ‘교육매니저’가 위임계약 형식으로 일했더라도, 실제로는 회사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적인 지위에서 근로를 제공했으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사건번호는 2023다219752 퇴직금 사건으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환송되었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특정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특수고용직 종사자 전반에 걸쳐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건의 배경

농협생명보험 소속 교육매니저 A씨 등 7명은 수년간 신입 보험설계사들을 교육하는 업무를 맡아왔다. 이들은 회사와 ‘교육매니저 위촉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제로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회사에서 제공한 교재와 자료로 교육을 진행했다. 또한 업무 보고, 교육계획 수립, 교안 제출 등 각종 지침을 따르며 근무했다. 그러던 중 회사로부터 해촉 통보를 받고 퇴사하게 되었는데, 문제는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이었다.

교육매니저들은 자신들이 단순히 수수료를 받는 위임계약직이 아니라,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종속적 지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무했으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퇴직금 지급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회사 측은 위촉계약 관계일 뿐, 정규직원처럼 종속적인 근로 제공 관계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1심과 2심의 엇갈린 판단

1심 재판부는 교육매니저들의 손을 들어줬다. 회사가 교육대상자와 과목, 강의시간표를 사실상 정했고, 교육자료 역시 회사가 제공했으며, 교육매니저들은 교육계획을 수립해 보고하고 각종 지침에 따라 움직였다는 점에서 종속성이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근로자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교육매니저들이 강의시간을 일정 부분 조율할 수 있었고, 동일한 교재를 사용하는 건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한 업무 특성상 필요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위촉계약 형식으로 수수료를 지급받았고,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을 적용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결국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

대법원은 이 사건을 다시 뒤집었다. 재판부는 기존 판례의 법리를 다시 확인하면서, 근로자성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아니라 실제 종속적 관계와 임금 지급 구조를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의 경우 교육매니저들이 회사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며 정해진 장소와 시간에 구속돼 일했다는 점, 수수료가 사실상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었다는 점, 최소한의 고정급도 있었다는 점, 그리고 5년에서 9년까지 장기간 전속적으로 근무했다는 점을 종합할 때 근로자성 인정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특히 대법원은 수수료가 단순히 실적에 따른 변동급이 아니라, 일정한 기본수수료와 보너스 형태로 정기 지급되었으며, 일정 금액 이하로 떨어지면 차액을 회사가 보전해주기도 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는 사실상 임금 구조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교육매니저들이 교육 외 다른 영리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없었고, 회사의 승인 없이는 강의조차 할 수 없었다는 점도 독립성을 부정하는 근거로 작용했다.

이번 판결의 의미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단순히 농협생명 교육매니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위촉계약, 프리랜서, 특수고용직이라는 이름으로 일하지만 실제로는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고 종속적 위치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많다.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학원 강사,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법적 지위가 불분명해 퇴직금이나 4대 보험, 각종 근로자 보호 규정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법원이 이번 판례에서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은 “형식보다 실질”이다. 계약서에 ‘위임’, ‘위촉’이라고 적혀 있든, ‘수수료 지급’이라고 표현돼 있든, 실제로는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근로시간과 장소에 구속되어 일하며 임금 성격의 대가를 받는다면 근로자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 판례는 유사한 형태의 위촉계약 근로자들에게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특히, 회사가 사회보험 미가입이나 사업소득세 원천징수 같은 형식적인 요소만을 근거로 근로자성을 부정하려는 시도는 점점 힘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마무리

2023다219752 퇴직금 사건은 위임직 교육매니저라는 다소 생소한 직종에서 시작됐지만, 본질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특수고용 관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판례다. 결국 핵심은 근로자성의 판단 기준이 계약의 형식이 아니라, 실제 종속성과 임금 구조, 업무의 전속성과 계속성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비슷한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근로자성을 주장하며 권리를 찾는 움직임이 더욱 늘어날 수 있고, 기업들 역시 위촉계약이나 프리랜서라는 이름만으로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번 판결은 “실질이 형식을 이긴다”는 노동법의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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